[스크랩] 탄생 100년, 윤동주 돌아오다 & 윤동주 시 모음
늙지 않는 그 이름 '동주'… 靑春들의 별이 되다
[탄생 100년, 윤동주 돌아오다]
[1] 2030이 되살려낸 윤동주 열풍
윤동주 삶 담은 랩 '당신의 밤', 1월 초 음원사이트 1위 휩쓸어
청년정신 상징… 2030세대 지지, 영화·연극 등서 영감으로 작용
"가벼운 소비로 끝나선 안 돼… 실천적 성찰로 이어져야"

◇2030세대가 호명하는 동주
가온차트·소리바다 등 음원 사이트 1월 첫째 주 차트 1위는 윤동주였다. 래퍼 개코(36)가 윤동주의 삶을 랩으로 만들어 발표한

◇다양한 장르로의 확산
윤동주의 청년 이미지는 발랄하고 새로운 감각의 변주를 쉽게 한다. 소설 분야에선 미스터리 요소를 섞은 '동주'(구효서·2011)

◇"소비로 끝나선 안 돼… 실천적 성찰로 이어져야"
본 뒤 윤동주 관련 서적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는 편지를 여러 통 받았다"면서 "콘텐츠의 수준과 상관없이 윤동주라는 관문에 들
"험한 세상에 아름다운 詩 남긴 천재.. 난 매일 동주를 만납니다"
도쿄/최인준 특파원 입력 2017.01.18 03:06
한국 문학계는 윤동주 연구에서 이 일본 노(老)학자에게 적지 않은 빚을 지고 있다. 잊히다시피 했던 윤동주의
무덤을 1980년대 중국 시골 야산에서 찾아내고, 윤동주 육필 원고를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그의 노력 덕에
국내 윤동주 연구도 풍성해질 수 있었다.
영하로 내려간 16일 오후 지바현 이치카와(市川)시의 한 작은 전철역에서 '윤동주 연구가' 오무라 마스오
(大村益夫·83) 와세다대 명예교수를 만났다. 한국말로 "안녕하십니까, 오무라입니다" 인사한 그는 잰걸음으로
자신의 집을 안내했다. 한국 문학 연구서들이 수백 권 보관된 자신의 서재를 먼저 보여줬다. "매일 여기서 나는
동주를 만납니다."
오무라 교수는 일본 학자 중에서 독보적인 윤동주 연구가로 꼽힌다. 윤동주 관련 논문과 책을 10편 이상
발표했고, 지난해에는 '윤동주와 한국근대문학'(초판·2001) 개정판을 펴냈다. 윤동주가 세상을 떠난 후쿠오카
형무소 부지에 그를 기리는 시비(詩碑)를 세우기 위해 동료 학자들을 모아 백방으로 뛰기도 했다. 책 개정판
출판을 위해 방한한 작년엔 서울 대한극장에서 영화 '동주'를 관람했다.
오무라 교수는 1957년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했다. 대학원에서 중국 문학을 전공했는데, 지적 호기심
이 넘쳤던 청년 오무라는 청나라 말기 중국의 정치소설을 조사하던 중 우연히 조선 문학에 빠져들었다. 이후
그는 전공을 바꿔 조선 후기와 한국 근대문학을 파고들었고, 윤동주의 시와 조우하게 된다.
일본인 학자에게 윤동주 연구의 길은 쉽지 않았다. 1985년 5월 중국 지린성 옌볜조선족자치주 룽징(龍井)에
서 윤동주의 묘를 발견할 당시 한국에선 "일본이 윤동주를 두 번 죽였다"는 날 선 비난이 날아왔다. 오무라
교수는 "윤동주가 일본에서 돌아가셨고, 그 묘를 일본인이 찾아냈으니 아이러니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내에서 차로 1시간 거리였던 야산의 공동묘지. 산짐승이 파헤친 듯 어지러웠고 '詩人 尹東柱'라고 새겨진
묘비만이 윤동주의 무덤임을 증명했다. "'여기구나!' 싶은 생각에 감격에 겨워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1986년 경기도 과천에 있는 윤동주 유족을 찾아가 긴 설득 끝에 육필 원고를 손에 넣었다. 당시 그가 받아든
육필 원고 중엔 윤동주가 일본 유학 시절 남긴 습작 노트도 있었다. 1999년 이 원고들을 모아 한국 교수들과
공동으로 출판한 '윤동주 자필시고집'은 윤동주 연구를 위한 기초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시뿐 아니라 윤동주
생가 터와 그가 다녔던 광명중학의 학적부, 송몽규 생가 등을 직접 확인한 결과를 담아 발표한 논문 '윤동주의
사적(事跡)에 대하여'도 주목을 받았다.
반평생 윤동주 연구에 헌신한 오무라 교수는 '시인 윤동주'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윤동주는 천재이면서 마음
이 따뜻한 시인, 고뇌하는 시인입니다." 그는 "나 스스로 '부끄러움 덩어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늘을 우러
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이라는 서시의 구절을 읽으면 아직도 마음이 깨끗이 씻겨지는 기분"이라며 "일본어
로는 전달하기 어려운 정갈한 시어들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오무라 교수의 서재에선 한기(寒氣)가 느껴졌다. 고령 탓에 연구는 멈췄지만 노교수는 매일 이곳에서 오랜 시
간을 보낸다고 한다. "윤동주 시인을 만나게 된다면 꼭 물어보고 싶어요. 어떻게 그렇게 험한 세상에서 아름다
운 시를 쓸 수 있었는지…. 윤동주가 이 시대에 태어났다면 아마 예쁜 동시를 많이 썼을 겁니다."
지자체의 '윤동주 없는 윤동주 마케팅'
[탄생 100년, 윤동주 돌아오다] [3·끝] 윤동주를 바로잡자
윤동주 이름 남용하는 경우 많아
시인이 대학시절 자주 올랐다며 청운공원 내 조성된 '시인의 언덕'
유족 측 "아무 관련 없는 장소"
중국은 龍井 생가 앞 표지석에 '조선족 애국 시인'이라 왜곡
◇지자체 아전인수식 '윤동주 마케팅'
유족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힌 은평구는 현재 '윤동주 도서관' 대신 그의 시집 제목에서 따온 '하·바·별·시 도서관' 등을 후보로

◇윤동주가 중국 조선족 애국 시인?
중국에선 윤동주를 조선족으로 만들기 위한 노골적인 역사 왜곡이 진행되고 있다. 중국 룽징(龍井)의 윤동주 생가 앞 표지석엔

◇윤동주 作?… 인터넷 떠도는 엉뚱한 詩
사실 관계 확인 없이 윤동주 작품으로 둔갑해버린 시도 여럿이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이 대표적인 예.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말들이 있습니다"로 시작되는 시인데, 언론사들마저 윤동주 작품이라며 잘못 인용하고 있다. 이 시를
쓴 사람은 뇌성마비 장애인 김준엽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윤동주 작사·고승하 작곡으로 발표된 가수 안치환의 '편지'(1997)
역시 마찬가지.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로 시작되는 이런 시를 윤동주는 쓴 적이
없다. 고승하(70)씨는 "1985년쯤 문방구에서 팔던 학생용 노트 표지에 '윤동주의 시'라고 적힌 글을 보고 곡을 붙였는데 노래가
발표된 뒤 1~2년 뒤부터 여러 지적이 들어와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해부터 '작자 미상'으로 곡 정보를 수정
했지만, 여전히 잘못된 내용은 인터넷을 떠돌고 있다. 2012년 연세대 윤동주기념사업회 '제1회 윤동주 시 작곡 경연대회' 1등 수
상작은 이 잘못된 가사에 곡을 붙인 노래였다. 최근 윤동주 시로 잘못 알려진 용례에 대한 글을 집필하고 있는 유성호 한양대 교
수는 "윤동주가 잘못 인용되는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시가 맑고 서정적이기만 하다는 편견 때문"이라며 "윤동주는 긴장감 없는 서
정 시인이 아니라 훼손된 세계와 개인의 견고한 관계를 고민한 시인"이라고 말했다. "가벼운 인터넷 자료에만 의존하지 말고
윤동주 시집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읽고 기억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
윤동주 시 모음
■ 서 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에 바람이 스치운다.
------------------------------
■ 새로운 길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
■ 자화상
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
■ 별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異國)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北間島)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
■ 편지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저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긴 사연을 줄줄이 이어
진정 못 잊는다는 말을 말고
어쩌다 생각이 났노라고만 쓰자
잠 못 이루는 밤이면
울었다는 말을 말고
가다가 그리울 때도
잊었노라고만 쓰자
■ 길
잃어 버렸읍니다.
무얼 어디에다 잃었는지 몰라
두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까지
저녁에서 아침까지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있는 까닭이요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 한란계
싸늘한 대리석 기둥에 목아지를 비틀어맨 한란계,
문득 들여다볼 수 있는 운명한 다섯 자
여섯 치의 허리 가는 수은주,
마음은 유리관 보다 맑소이다.
혈관이 단조로워 신경질인 여론동물,
가끔 분수 같은 냉침을 억지로 삼키기에
정력을 낭비합니다.
영하로 손구락질할 수돌네 방처럼 치운 겨울보다
해바라기 만발한 8월 교정이 이상 곱소이다.
피 끓을 그날이---
어제는 막 소낙비가 퍼붓더니 오늘은 좋은 날세올시다.
동저고릿바람에 언덕으로, 숲으로 하시구려--
이렇게 가만가만 혼자 귓속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나는 또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나는 아마도 진실한 세기의 계절을 따라---
하늘만 보이는 울타리 안을 뛰쳐,
역사같은 포지션을 지켜야 봅니다.
■ 무서운 시간
거 나를 부르는 것이 누구요.
가랑잎 이파리 푸르러 나오는 그늘인데,
나 아직 여기 호흡이 남아 있소.
한 번도 손들어 보지 못한 나를
손들어 표할 하늘도 없는 나를
어디에 내 한몸 둘 하늘이 있어
나를 부르는 것이오.
일을 마치고 내 죽는 날 아침에는
서럽지도 않은 가랑잎이 떨어질 텐데......
나를 부르지 마오.
■ 눈감고 간다
태양을 사모하는 아이들아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
밤이 어두웠는데
눈 감고 가거라.
가진 바 씨앗을
뿌리면서 가거라.
발뿌리에 돌이 채이거든
감었든 눈을 와짝 떠라.
■ 쉽게 씌어진 시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가,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어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려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곰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 돌아와 보는 밤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제 내 좁은 방에 돌아와 불을 끄
옵니다. 불을 켜 두는 것은 너무나 피로롭은 일이옵니다.그것은
낮의 연장이옵기에----
이제 창을 열어 공기를 바꾸어 들여야 할 텐데 밖을 가만히
내다보아야 방안과 같이 어두워 꼭 세상 같은데 비를 맞고 오든
길이 그대로 빗속에 젖어 있사옵니다.
하로의 울분을 씻을 바 없어 가만히 눈을 감으면 마음속으로
흐르는 소리, 이제 사상이 능금처럼 저절로 익어가옵니다.
■ 또 다른 고향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이 따라와 한방에 누었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초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속에 곱게 풍화작용하는
백골을 들여다 보며
눈물 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
지조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 게다.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 간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 우에
습한 간을 펴서 말리우자,
코카사스 산중에서 도망해 온 토끼처럼
둘러리를 빙빙 돌며 간을 지키자,
내가 오래 기르든 여윈 독수리야!
와서 뜯어 먹어라, 시름없이
너는 살지고
나는 여위어야지, 그러나,
거북이야!
다시는 용궁의 유혹에 안 떨어진다.
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불 도적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
끝없이 침전하는 프로메테우스.